전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제작기간이 무려 10년이나 되는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11월 9일 개봉하였고,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수천 명의 화가들 중 오디션을 통해 107명의 아티스트가 62,45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서 완성되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반고흐의 화풍을 구도에 맞게 재구성하는 번거로움을 장인정신으로 감수한 것이야말로 그 일생에 대한 헌정사에 가까운 영화였다. 고흐는 생전에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는 단 한 작품만 판매를 해 화가로서는 실패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사후에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며 현재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게 되었다. 영화 '러빙 빈센트'의 오프닝을 보더라도 교과서에서 보았던 익숙한 작품들이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는 황홀함을 주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별이 빛나는 밤'은 집에서 접이식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어서 평소에는 벽에 액자처럼 세워 두었다가 밥 먹을 때 펼쳐서 사용하고 있다. 초승달이 빛나는 밤에 하얀 구름이 바람에 빙글빙글 돌면서 움직이는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되면서 나는 마치 영화가 아닌 액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반 고흐의 사후 1년 후에서 시작하는데 그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추적하면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따라가게 되었다.
영화 '러빙 빈센트' 줄거리
반 고흐가 사망하고 1년이 지났고, 집배원 '룰랭'은 그의 아들 '아르망'에게 고흐가 남긴 편지를 고흐의 동생인 '테오'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아르망은 테오를 찾으러 가는 길에 '탕기'영감을 만났는데 테오는 형의 죽음 이후 피폐한 생활을 하다가 지병인 매독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탕기 영감은 고흐가 왜 자살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안타까워하자 아르망은 그의 죽음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고흐의 주변인들은 타살일 수도 있다고 증언을 하자 이 사건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조사를 시작했다. 고흐의 주치의였던 가셰 박사를 찾아갔지만 외출로 만나지는 못하고 그의 딸인 마르게리트에게 둘의 관계를 들었다. 거셰 박사의 딸은 고흐와 가까운 관계였었지만 그의 예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하게 해서 말다툼을 했었다고 한다. 그때 외출에서 돌아온 가셰 박사에게 고흐가 6주 만에 자살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우울증 환자였고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도 바뀔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가셰는 고흐의 예술적인 재능을 질투해 홧김에 동생 테오의 지병을 알렸고, 매독으로 안정이 필요한 테오는 형을 위해 자신을 혹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가셰는 고흐의 총상을 들었지만 테오가 지게 될 짐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를 하지 않았다. 아를로 돌아온 아르망은 아버지에게 테오의 부인인 '요한나'의 편지를 전달해 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890년 그의 나이 37살에 자살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아를에서 그린 '지누부인'이라는 그림이 무척 인상적인데 화가 고갱이 그린 지누부인은 배경을 넣어 남자를 유혹하는 창녀 같은 인상을 남겼지만 고흐는 잇는 그대로 지누부인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탕기 영감의 초상화'를 보면 배경에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 벚꽃, 게이샤의 모습이 그려져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선물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왜 귀를 자르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은 고갱을 칼로 찔르고 싶었으나 차마 실천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화가 나서 자해했다는 의견에 조금은 공감이 간다. 솔직히 고흐의 인물 그림은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그린 그의 선과 붓의 터치는 매우 특색 있고, 색감 또한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깜깜한 어둠이 아니라 파르스름하고 노란빛을 이용하여 발고 아름다운 밤을 표현하고 있어서 좋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역시 파란 하늘색 배경으로 봄에 피어나는 꽃송이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흐의 삶이 처절해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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